[리플 대신 트랙백으로 갈음]

http://hentol.com/tt/entry/nombucc

1. 삼국유사의 서동은 서동가라는 노래로 공주를 얻고, 죽창 깎는 아저씨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힘을 내시고, 레게 음악가 밥 말리는 '음악으로 혁명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사람들을 깨우치고 선동하고 미래에 대해 듣게 할 수는 있다'고 말하고, 북한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음악은 때로 수천, 수만의 총포를 대신했고 수백, 수천만 톤의 식량을 대신했다'라 공언합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어떤 의도가 가미된 예술은 이미 '그냥 노래'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에 인터넷의 파급력이 더해진다면 엄청난 놈이 되어버리고. 누구의 비유따나 '갈대나 풀' 같은 중우들 살살 녹이기에 이만한 당의정이 또 있을까요?

2. 또 다른 시각에서는, 저 UCC가 권력의 정점에 설 대통령 당선자를 비방하는 불경스러운 영상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가사와 내용이 계급장 떼고 인간 대 인간으로써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불쾌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권력을 가진 것이 모욕의 타겟이 될 수 없듯 상대의 권력이 모욕자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니라면 회사 사장을 주제로 저런 UCC를 제작해서 회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 보시든지요.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바뀔지야 모르겠지만, 타인의 인격을 침해하는 죄에 대한 제재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겁니다.

3. 민법상의 미성년자가 20살이고 형법상 처벌되지 않는 미성년자는 14살인데, 이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법 운운하는 건 거의 운하파서 관광지 만들자고 애널써킹하는 개그맨들도 관광시킬 법한 뻘개그입니다. 저 친구 수갑찰 수 있는 나이 꽤 오래 전에 지났죠. 그리고 당사자가 가오다시 털리게 고등학생 하나 갈굴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2002년 대선 때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란 노래 만든 윤민석씨는 선거법 위반으로만 벌금형 때려맞았습니다. 아마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저 UCC가 7년 이하 징역이 부과될 수 있는 건덕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역시 모를 테죠(실무상 처벌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저 UCC가 명예훼손 가능성이 농후한 것 역시 사실이니까요).

4. 대한민국 국민 의식이 군사정권 당시보다 많이 성장하셨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제 생각에 국민 의식의 성장률은 일본리츠펀드 수준입니다. 전과 14범이 행정수반으로 등극하고 전두환이 창당한 민주정의당의 직계 정당이 10년 만에 여당이 된 작금의 사태가 과연 자생적 질서에 의한 결과입니까? 누가 누구에게 자유롭게 표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5. 그러니까, 줏대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까지 정치판에 대해 저딴 식으로 이러쿵저러쿵 떠들게끔 만드는 어른들이야말로 뇌가 2메가밖에 안 되는 겁니다. 정치와 사회에 대해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못하면서 그저 박정희 전두환 나쁘다, 전라도 빨갱이다, 경상도 수구꼴통이다 수준의 극단적 떡밥이나 날려대니까 정작 오프라인-현실 사회에서는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장삼이사들도 키보드만 잡으면 프랑스혁명 일으키고 있는 거 아닌가요. 그래 놓고선 대선 때 기호 2번이나 찍으시고 말이야. 그저 생각없이 특정인 깔아뭉개기에만 골몰하는 대한민국 인터넷 블로고스피어의 다수설이 오프라인의 실제 사회를 반영하는 비율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주가 예측하는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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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zie 2008/02/23 15:35 댓글주소 | 수정/삭제 | 댓글

    기호 2번을 찍은 이유는 인터넷 찌질분자들의 수가 별로 많지 않았다는 거겠지연. 어차피 난 경영 아저씨 찍을라다 회창아저씨 찍었지만.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평가하는건 그만 두기로 했어여. 나라에 대통령이고 아는것도 나보다 훨씬 많을테니.. 위정자와 위정자 곁에는 우리처럼 인터넷 죽돌이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진짜 천재들이 많으니까여.

    • canny 2008/02/23 22:18 댓글주소 | 수정/삭제

      1. 그렇지.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인터넷이 실제 세상과 극단적으로 유리되어 있단 얘기도 되고... 나도 (예)공군대위 이회창 아저씨를 찍을까 했었는데 당선 가능성도 이전보다 후달리기도 하고 어부지리로 활동복색 잠바 입던 모씨가 당선되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기에 그냥 시가총액 1위 우량주 샀어(주식이나 투표나 블루칩에 투자해야지 보통 사람이 잡주에 돈 부으면 원금 쳐발려-설마 Business administration에 투표하려던 건 농담이겠지;).

      2.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 운하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책들이 시중에 수두룩한데(난 이 책들이 애널써킹 목적으로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똥 같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나중 얘기고), 과연 온리 명박까운하까들은 이 책에 어떻게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까?

      반론은 갭훌. 그저 인터넷 사이트에 '운하 파면 식수 오염된(댄)다!' 같이 맘에 드는 글 올라오면 퍼나르고 공감 눌러주고 하면서 정신적 딸이나 잡는 놈들이 태반이쟎아. 대부분 운하나 건축토목에 대해서는 조또 아는 거 없고, 이명박도 싫고 운하도 싫고, 그러니 맨날 명절맞이 성룡영화 틀어제끼듯 똑같은 레파토리로 어떻게든 까 보려고 용들 쓰시는 거지.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지적 편견이라는 심리학 개념이에여.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기 꼴리는 것만 믿게 돼 있다구. 믿고 싶은 사실이 안 나오면 일말의 건더기라도 걸릴 때까지 무조건 부인하고 반대하지.

      바로 지금의 블로고스피어처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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